공지사항
2021년 4월10일 밤10시 30분, 정확히 1년 3개월만에 과테말라씨티 라아우로라 공항에 도착했다. CDC travel guideline에 의하면 과테말라는 아직도 최고 위험 단계인 level 4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보통 7-8 백명을 오르내리던 확진자 수가 내가 가기 불과 한주 전인 부활절 이후부터 갑자기 2천명대로 뛰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특별담화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점이나 식당들은 전부 영업을 재개했고 거리도 작년 1월 방문 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활기차 보였다.
2020년 1월 과테말라 밀알은 치말떼낭고에서 첫 사역을 시작하고 2달동안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14명의 장애인이 등록함으로서 비교적 순탄한 출발을 하는듯 했다. 그러나 급격한 코로나의 확산으로 공항이 셧다운되고 모든 모임이 당국의 규제를 받게되면서 사역도 문을 닫게 되었다. 비록 정식 사역은 중단되었지만 유급 스태프들에게는 평소의 50%에 해당하는 급료를 계속 지불하고 등록된 14명의 장애인 가정에는 매달 식료품과 생필품을 전달하며 장애인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밀알을 통해 전파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2021년 들어서면서 규제가 완화되고 무엇보다 장애인 부모들의 요청이 각별하여 2월부터 다시 모임을 재개하게 된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조심할 필요가 있어 현재는 당분간 모임을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참석 인원을 줄이는 대신 횟수를 2배로 늘려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오랫만의 방문 이어서인지 떠나기 전 주위의 많은 분들이 기도로, 또 마스크 등 헌물로 많은 후원과 격려를 해 주셨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작년 3월 가져가야 했던 물건들과 이번 일정의 중요한 하이라이트인 14명의 장애인 가정 심방 시 필요한 물품들, 수고하는 스탶들에게 줄 선물, 그리고 gait trainer(일종의 특수 보행기)와,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장비 등 을 모아보니 70파운드 백 두개로도 모자라 급하지 않은 물건은 다음 방문 때 가져가려고 추려내야만 했다.
장애인들 중에는 유난히 더 관심을 끄는 이가 늘 있다. ‘호세’라는 이름의 8살 된 소년은 심한 뇌성마비와 간질증세를 가지고 있는 아이다. 나는 뉴저지에 있으면서도 늘 그 아이가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찿던 중 뉴저지밀알의 한 집사님을 통해 호세에게 딱 맞는 교정 도구(gait trainer)를 후원받게 되었고 이번에 큰 기대를 가지고 가 사용해 본 후 놀라운 효과를 보았다. 평생 누군가가 안아주지 않으면 누워만 있어야 했던 아이가 약간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거의 자력으로 보행기를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것은 그 아이의 엄마는 물론이고 함께 한 모든 스탶들에게도 너무나 기쁘고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그 아이의 집을 방문했을 때 어두운 움막같은 곳에 죽은듯이 누워있던 아이, 가정형편 상 재활훈련은 꿈도 꿀 수 없고 평생 그렇게 살다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호세가 보행기로 첫번째 시도했을 때 보다 일주일 후 두번째 시도했을 때 훨씬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머지않아 걷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약간의 도움만 받아도 얼마든지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 장애인들이 과테말라 뿐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나라에 아직도 많이 있을것이다. 또한 과테말라가 아직 코로나 적색지역이라는 위험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계획대로 호세 외의 나머지 13명의 모든 장애인 가정을 일일히 방문하며 그들의 사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각 가정의 형편에 맞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게 되었다.
과테말라 밀알은 이제 시작이다.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며 하나님은 늘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것을 우리에게 주시기 원하신다. 처음 하나님께서 나에게 과테말라 장애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품게하시고, 사역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현지답사를 마쳤을 때만해도 나는 이 사역이 분명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한껏 꿈에 부풀어 나름대로 많은 계획을 세워 보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우리의 계획과 달랐던것 같다. 뜻하지않은 코로나사태로 사역을 시작한지 2개월만에 모임을 중단해야 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또다른 난관이 우리의 생각과 계획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계획에 차질을 가져오게 하는 사람들에 분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모난 면을 다듬으시고 부족한 부분들은 채우시는, 욥의 연단과 같이 우리를 정금같은 일꾼으로 만드시려는 하나님의 세심한 간섭하심이었음을,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서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또한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한 과정이기도 했다.
과테말라 사랑의교회 이정로목사님이 과테말라 밀알에 함께 합류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것은 분명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다른 하나님의 계획이었다고 믿는다. 사역 대상이나 지역이 100% 현지인 위주였기에 한인사회와의 연결이나 도움은 필요없을 것이라는 사역 초기에 갖었던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 앞으로 한인교회인 사랑의교회와 협력하여 사역을 이끌어 감으로서 과테말라 밀알의 기초가 더욱 든든해지고 사역의 폭 또한 한없이 넓어지게 되었음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곳에 있는동안 3번 말씀을 증거할 기회가 있었다. 스태프 기도모임에서, 지금 밀알사역의 터전인 현지인교회 수요예배에서, 그리고 현지인 이사회 모임에서 말씀을 전하며 밀알이 추구하는 목표는 제일 먼저 장애인들에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잘 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계몽하고, 그들의 실제적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사역은 밀알이라는 단체의 몇몇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과테말라 현지인 모두가 힘을 합해야만 성공할 수 있고 이를위해 물질과, 기도로, 그리고 봉사자로 함께 동참할 것을 강력히 권했다. 그들 모두 동감하며 자신들도 돌보지 못했던 소외된 자기 동족을 먼 곳까지 찿아와 예수님의 사랑으로 섬기려는 밀알의 헌신에 감동하며 동참을 약속하는 은혜충만한 시간이었다.
9년 전 과테말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만해도 낯설었던 이 땅이 이제 방문 휫수가 늘어 갈수록 점점 제 2의 고향인듯 정이들어 가는것 같다. 시끄럽다고만 생각했던 비행기 안에 함께 탄 현지인들의 스페니쉬가 이제는 소음이 아니라 다정한 대화로 느껴지고 그들 또한 나의 형제요 자매임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것 역시 하나님의 은혜임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일을 이루신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께 모든 영광과 찬양을 올려 드린다.
박호경 장로 ( 하베스트 교회, 뉴저지밀알단원 )